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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의 작업실/My essay

특별한 생일 축하 노래

yennlicious 2023. 6. 27. 19:10

 

 

우리 가족은 각자의 생일이 되면 특별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준다. 보통 많이들 부르는 ‘생일 축하합니다’로 시작하는 노래가 아니라, 제목은 같지만 가사는 전혀 다른 노래다.

“햇빛처럼 찬란히 샘물처럼 드맑게 온누리 곱게 곱게 퍼지옵소서 뜨거운 박수로 축하합니다. 당신(당사자)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조금 특별한 가사를 가진 이 노래는 외가 쪽으로 이어진 우리만의 오래된 전통 같은 축하곡이다. 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 노래로 생일을 축하해 주셨다고 한다. 내가 태어난 후로 할머니 할아버지는 손주들의 생일도 이 노래로 축하해 주셨고, 이제는 손주들이 다 커서 각자의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생일마다 이 노래를 부른다. 외가 쪽으로 흘러온 우리만의 문화라면 조금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심 우리만이 공유하는 특별한 추억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 가족은 색다른 다른 축하 노래를 부른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신기해하면 내심 뿌듯했던 기억도 있다.

얼마 전 생일에도 나는 이 노래로 생일을 축하받았다. 생일이라서 특별한 것도 있지만, 이 노래는 그 자체가 주는 특별한 향수가 있다. 네 식구다 보니 우리끼리는 일 년에 네 번, 할머니나 할아버지 생신을 함께 축하한다고 해도 생일 축하의 기회는 일 년에 대여섯 번을 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예전부터 들어왔어도 가사를 익히는 데에는 사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몇 달에 한 번밖에 부를 일이 없는 노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 동생한테는 이 노래가 조금 어려웠던 것 같다. ‘샘물처럼 드넓게’라고 부르던 가사의 원래 가사가 ‘드맑게’라는 것을 노래를 부른지 십년 후에야 알게 되었다고 고백해 다 같이 깔깔 웃은 적도 있다. 그리고 여전하게도 ‘온누리 곱게 곱게’를 ‘오늘이 곱게 곱게’라고 불러왔다는 사실 또한 최근에 알게 되어 한참을 웃었다.

이 노래를 생각하면 나는 그립고 특별한 행복감을 느낀다. 아주 어릴 때부터 생일마다 쌓아온 포근함과 행복이 이 노래를 다시 부를 때마다 퍼지는 느낌이 든다. 특별한 생일 축하 노래와 함께 나는 올해의 생일도 제법 행복하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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