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드 베이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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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구병모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줄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때때로 책을 읽다가 특별한 느낌을 받게 되면, 나는 이 말을 떠올리곤 한다.
마음을 아릿하게 만드는 글을 읽을 때에는 '이 작가는 어떤 아픔을 가졌을까' 생각하게 되고,
재미있게 내용이 전개될 때에는 '이 작가는 어떤 에너지로 넘쳐나는 사람일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경험인 것 같다.
글쓴이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모여 자기만의 '글'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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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너무 좋은 문장을 쓰는 작가들을 보면 질투가 난다.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있어 종종 희열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면-나만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알 수 없는 쾌감을 선사하는
멋진 문장을 만나는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견이다. 각자가 느끼는 즐거움의 순간을 모두 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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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 책을 읽을 때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유행이라고 무조건 쫓아가는 사람을 긍정적으로 보는 편은 아니지만, 하도 유명한 책이길래 괜히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누군가 반납하고 간 이 책을 서둘러 들고 왔다.
특이한 소재, 색다른 전개, 드라마와 호러, 판타지를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의 혼합까지..!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실로 무궁무진했다.
킬링 타임용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초반의 몇 페이지를 넘기기가 어려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음 장을 기다리며 조금만 참는다면 어느샌가 책의 절반이 넘어가도록 몰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고.
사실 아픔이라던가 상처라던가 그런 어둡고 힘든 것들은 덮어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고통스럽겠지만 상황을 가장 빠르게 해결하는 방법은 정면돌파하는 것이다. 문제를 직시하고, 더 나은 상황을 위한 해결책을 찾는 것.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난처함에 빠진 이 책의 주인공을 통해, 많은 독자들은 공감하고 동시에 위로 받았을 것이다.
마법사라는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는 점장의 모습을 통해,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을 수도 있겠다.
감초처럼 등장하는 파랑새의 따듯함에 쉬어가고,
비밀로 가득한 위저드 베이커리의 온갖 빵들과 제빵실의 신비로움에 마음을 빼앗길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도중에는 베이커리의 달달하고 포근한 내부를 상상하게 되고, 책을 덮고 나면 자연스럽게 베이커리의 방문을 꿈꾸게 된다.
주인공이 성장하는 스토리가 가장 좋은 스토리라고 했다.
오랜만에 가볍지만 몰두하게 되고, 독자의 입장이지만 어느새 주인공과 함께 성장 중인 나를 발견하게 되는 책을 만난 것 같아서 무척 좋았다.
너무 지치고 힘들고..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다시 한번 펼쳐들고 싶어질 것 같은 책이다.